별 볼일 있는 므앙콩

2020. 12. 17. 23:02BLAH BLAH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확인하고서도 한참을 뒹굴거리다가 배가 고파 방을 나왔다. 아침부터 ‘플로어’가 신이 난 모양이다. 이리저리 날뛰더니만 미끌한 나무 바닥에 넘어지기까지 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도 아무렇지 않게 재롱을 부린다. 그래도 이 녀석이 있어서 좋다. 요 며칠 음식을 앞에 놓고 나도 모르게 맛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길래. 어제 저녁은 그냥 굶었다. 그래서일까? 특별할 것 없는 바게트와 계란 프라이, 버터가 전부인 아침식사를 너무나도 맛있게 먹어치웠버렸다. 숙소에서 마시는 커피가 이상하리만큼 맛있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가? 주방에서 뚝딱 만들어내는 계란 프라이와 스크램블은 오성급 호텔보다 맛이 좋다. 토마토와 양파를 넣고 마지막에 마법의 간장을 넣는다. 젖은 가방을 말리려 수영장 옆에 걸어둔 나의 소중한 가방은 어느 순간 플로어의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일정대로라면 돈콘으로 넘어가야 하지만 친절한 주인아주머니 때문에 므앙콩(Muang Khong)에서 조금 더 머무르기로 했다.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 해봤자 아침에는 진한 라오 커피에 바게트 빵을 먹고 낮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요기조기 숨어있다가, 시원해지는 저녁이면 비어 라오에 볼품없는 스파게티를 먹는다. 어제 밤에는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별 사진을 찍었다.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곳에서 별 볼일이 생긴 셈이다.

 

 

– 별 볼일 있는 돈콩, 아니 므앙콩에서

2016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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