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Yeong Island

2022. 2. 8. 17:47INSIDE

728x90

 

영도관광안내센터 인근 숙소에 짐을 풀었다. 짐이라고 해봤자 단출하다. 작은 백팩에는 방한용 장갑과 마스크, 노트북 정도가 전부고 차량 안에는 좋아하는 맥주 한 박스, 주전부리,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는 정도. 숙소에 짐을 풀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통닭집에서 시원한 맥주와 바삭하게 구워낸 치킨을 먹고 돌아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시청하다 잠이 들었다. 알람을 꺼놓은 덕분인지 평소보다 한두 시간 더 잠을 잤다. 그래 봤자 오전 7시. 동이 틀 무렵 무의식적으로 창밖 풍경을 보았지만 특별함이 없는 객실 뷰. 이른 시간 출근하는 사람들과 차량이 드문드문 보일 뿐. 호텔 주변 영도 풍경이 문득 궁금해져서 점퍼와 모자를 급히 쓰고 객실을 나왔다. 호텔 로비에는 커피 향이 진동하고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여행자들이 한 두 명 있을 뿐 고요했다. 

 

 

사실 어항의 풍경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다. 더욱이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영도의 풍경은 더더욱. 비슷한 해외의 풍경과 비교를 해보니 떠 오르는 곳은 홍콩 타이오(Tai O)정도가 전부다. 영도관광안내센터를 오가며 영도를 둘러보았다. 언제쯤 움직이려나 하던 어선들도 오전 7시가 조금 지나니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항구에 정박된 비슷비슷하면서도 다른 어선들, 이름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다 보니 나름의 재미가 있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선박의 밧줄들이 눈에 띄었다. 선박의 선수, 선미 등에 밧줄을 옭아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선박 엔진에 시동을 거니 흰 연기가 영도 하늘로 뿜어 오른다. 아슬아슬한 엔진 소리, 디젤 냄새가 코를 찌른다. 

 

 

출항을 준비하며 마이크로 연신 지시를 내리는 선장과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두터운 밧줄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선원의 호흡이 잘 맞는다. 그런 모습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나이 지긋한 어머니. 무사 귀항을 기원하는 것 같다. 이내 손을 흔들고 배가 항에서 멀어지는 순간까지 한 참을 서 있다가 발길을 돌렸다. 부산이 따뜻하기는 하나 아침 공기는 꽤 쌀쌀하다. 가까운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마시고 싶었지만 영업시간 전이라 편의점에서 끊을 수 없는 매력의 믹스 커피 한잔을 사 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전날에는 보이지 않았던 가게들, 이른 아침 시간이 피크인 작은 노포와 구멍가게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뜨거운 차와 음료, 간단한 식사 거리를 제공하는 식당 앞에서 서성 거리다 주인 할머니의 손짓에 무안해져 발길을 돌렸지만 그곳의 오뎅탕 맛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가게 옆에 작은 자판기는 레트로 감성이 가득해 눈길을 사로잡고 그물 가게에서는 평생 볼 그물을 다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대만의 타우청(Toucheng) 지역을 여행하면서 그물 가게에 들러 그물로 만든 가방을 샀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물 가게를 지나 선박 수리점을 한 두 개 지나고 이른 아침에 문을 연 가게들과 풍경을 구경하다 객실로 돌아오니 동이 텄다. 

 

 

호텔 로비에 앉아 주변 관광지와 맛집을 정성스레 스크랩해 둔 정보들을 보고 있는데, 어제 체크인 때 만났던 호텔 직원이 다가와 아침 식사를 권했다. 이유인 즉, 전날 밤 체크인을 할 때 차량을 맡기고 술을 마시러 나가는 길에 차량 후미 부분이 호텔 앞 전봇대에 바짝 붙어 있었던 것을 보게 되었다. 차량을 조금 앞으로 빼 달라고 요청하고 별 이상 없는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술을 마시러 갔다. 그리고 오늘 아침, 주변을 둘러보고 로비에서 부산 관광 정보를 찾던 중, 어제 그 직원이 다가와 미안함의 표시로 아침식사를 권한 것이었다.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아침 식사를 하게 되었다. 호텔 이야기를 조금 더 더해본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짧지만 아무튼 이번 1박 2일을 준비하면서 몇 곳의 숙소들을 서치 했다. 서울만큼이나 다양하고 많은 호텔이 포진해있는 부산은 호캉스를 즐기기에도 나쁘지 않은 컨디션이다. 가격대로 만족스럽다. 게다가 호텔 예약 앱이나 각종 프로모션, 옵션 등을 더하거나 빼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 보통 평일 기준 5~6만 원 대면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는 중급 숙소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고급 숙소들도 즐비하지만 1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일이 없다면 중급 숙소를 선호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남포동 인근에 숙소를 찾다가 다음 기회에 제대로 남포동을 구경하기로 하고 이번에 영도다리를 건너편에 숙소들을 찾다가 이곳 베이하운드 호텔(Bay Hound Hotel)을 선택했다. 부산 전역에 자리하고 있는 하운드 호텔, 베이하운드 역시 같은 계열로 보인다. 평점도 선택의 기준이 되었지만 이용하는 부킹닷컴 앱의 레벨로 할인이 가능해져 선택한 이유가 더 컸다. 옵션도 가능한 제일 심플하게 체크. 객실은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포근한 침구와 TV, 냉장고, 책상 정도가 세팅되어 있다. 욕실은 생각보다 크고 욕조도 있어 잠시지만 피곤을 풀 수도 있다. 하루 밤 지내기엔 불편함이 없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호텔도 어느 정도 잘 운영되고 있는지라 무난하다. 로비와 조식당은 인테리어 적으로도 많은 정성을 들인 듯하다. 의도치 않게 조식을 먹게 되었지만 특이하게도 쌀국수 메뉴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재미있었다. 보통의 미국식 아침 식사 메뉴도 선택이 가능했다. 무슨 조합일까, 잠시 고민하게 되는 상황. 어쩌면 베트남 직원이 주방에서 일을 하니 자연스럽게 쌀국수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까, 막상 먹고 있자니 예상처럼 베트남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베트남의 여느 중급 호텔이 떠올랐다. 베트남에서는 일부러 쌀국수집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어느 호텔이나 아침 조식으로 따뜻한 쌀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으니까. 베이하운드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나니 당분간은 베트남 쌀국수는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베트남 쌀국수를 맛있게 먹고 11시 체크아웃을 했다. 12시가 체크아웃이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영도관광안내센터에 다시 올라 부산대교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영도대교를 건너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 찾아간 인근 킬러스웰 카페는 아쉽게도 오픈 시간에 문을 열지 않아 그냥 다른 곳으로 찾아갔다. 스마트 폰이 알려주는 정보만 너무 신뢰한게 실수다. 앞으로는 미리 전화라도 한 통 하고 난 뒤 계획을 짜야겠다. 계획 없이 머무르게 된 영도였다. 늦은 오후 체크인을 하고 주변 거리를 구경하다 치맥을 마시고 아침에 산책 삼아 둘러본 게 전부인 영도, 다음 기회에 조금 더 길게 머물러야겠다. 

     

728x90

'INSID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갈치 시장_JAGALCHI MARKET  (0) 2022.04.13
영도 Yeong Island  (0)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