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고을, 광주에서 찾은 먹는 재미

2023. 1. 23. 15:39I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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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시티' 저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역 편성 채널 'KBS 신년특집 강기정 시장편'에 출현해 광주에 대한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중에 한 말이다. 이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전라남도 광주가 노잼 시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 뒤에 이어지는 팩트 폭격, 각종 국제 행사로 광주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정작 '광주'가 아닌 '담양'으로 여행을 다녀온다고. 

 

About Vietnam by Kim Nak Hyun

Published on 23th January 2023

 

전일빌딩. ⓒ Photo_Kim Nak Hyun

 


즉흥적으로 떠난 광주

시청하려고 시청한 것은 아니다. 스마트 TV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보게 된 TV방송이었다. 한 시간 남짓 방송되었을까, 짧은 방송을 통해 광주의 현안과 현실을 조금 알게 된 기회였다. 광주로 여행은 온 것은 나 역시 난생처음이었다. 사실 오려고 온 것도 아니다. 담양에 갔다가 단지 '가깝다'는 이유로 한 번 오게 된 것이다. 즉흥적인 선택에 의해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선택한 광주행은 무미건조했다. 담양에서 광주로 오는 길에 들린 대형 카페, 시골에 이렇게 큰 규모의 카페가 존재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넓은 주차장에 반해 카페에 들렀다. 

 

담양 카페 . ⓒ Photo_Kim Nak Hyun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여행 <테마>가 있기 마련이다. 지역의 유명 맛집을 방문해 식사를 하거나 관광거리를 즐기기도 하고 볼거리를 찾기도 한다. 나는 주로 동네 산책과 가까운 미술관을 들러 관람을 한다. 이왕이면 무료인 곳으로. 마지막은 저녁이나 아침에 목욕탕을 들러 하루의 피로를 풀고 돌아오는 식이다. 광주 여행,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첫 시작은 국립광주박물관이었다.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 Photo_Kim Nak Hyun

 

기녀출생도_신윤복. ⓒ Photo_Kim Nak Hyun

 

'이건희 컬렉션'으로 알려진 특별전(2022.10.5-2023.1.29)이 열리고 있는 곳. 이건희 전 삼성전가 회장의 기증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으로 '어느 수집가의 초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건희 기증품의 첫번째 지역 특별전이자 수집가의 취향과 안목에 대한 이야기를 더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김홍도의 '화훼도' 등 16건 31점의 국가지정문화재와 함께 총 170건 271점이 선 보였는데 가까이서 이런 작품들을 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롭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전시를 관람하고 박물관은 나서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국립광주박물관. ⓒ Photo_Kim Nak Hyun

 

국립광주박물관

 

주소 : 광주광역시 북구 하서로 110(매곡동 430번지)

운영 : 10:00~18:00

휴무 : 1월 1일, 설날, 추석, 4월·11월 첫번째 월요일 휴관

전화 : 062-570-7000

입장료 : 무료 (단, 유료 특별전시는 제외)

주차 : 광주국립박물관 내 무료주차장

 

 

진식당 고등어구이. ⓒ Photo_Kim Nak Hyun

 

늦은 점심은 신안동, 숙소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진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간장게장과 생선요리가 메인이라고 해서 고등어구이 한 마리에 애호박 찌개를 주문했다.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끓인 듯한 애호박 찌개는 자극적이지 않아 괜찮았고 고등어구이는 촉촉해서 좋았다. 보통 구워놓은 생선을 내놓은 식당은 바짝 말라 뻑뻑하기까지 한데 방금 구운 것이라 그런지 적당히 뜨겁고 적당히 기름지다. 밑반찬으로 깔리는 반찬들도 맛이 있는데 지금 생각하면 구운 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진정한 밥도둑. 광주에서 먹는 첫 끼니이자 첫 식당이다. 미식가도 아니고 맛에 대한 평가나 리뷰도 해 본 적이 없는 나라는 보통 사람의 입맛에 맛이 있다면, 맛이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전라도에서는 엄마손맛을 이겨야 진정한 맛집이라고... 그래서 음식 장사가 어렵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동감이다!

 

 

진식당

 

주소 : 광주 북구 중흥로 88

영업 : 11:00~22:00

휴무 : 매주 월요일

전화 : 062-515-3779

가격 : 애호박 찌게 9,000원, 고등어구이 11,000원

주차 : 식당 앞 전용 주차장

 

 

느닷없이 커피 한 잔 마시다, 박물관 관람하다, 밥까지 먹다 보니 벌써 오후가 반쯤 지나가고 있었다. 딴짓을 하다 보니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4시가 넘어선 시각이었다. 숙소는 충장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소화도 시킬 겸 시내 구경도 할 겸해서 걸어서 시내로 나왔다. 익숙한 지역이 아니기에 어딜 가던 지도앱을 통해 길을 찾아야 한다. 여행이라 할 수 있는 건 지도를 보고 찾아야 하는 행위 하나뿐일지 모르겠다. 정보가 없다 보니 가는 곳마다 마음에 들지 않기 십상이다. 

 

광주 시내. ⓒ Photo_Kim Nak Hyun

 

구정 연휴를 앞두고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는 나의 두 발을 빠르게 숙소로 이끌었다. 거리는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도시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익숙한 브랜드의 상점과 풍경 그리고 사람들. '광주'라고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너무나 익숙한 도심의 풍경에 빨리 지쳐버렸는지 모르겠다. 24시 편의점에 들러 바나나 한 송이와 팝콘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텅빈 상가. ⓒ Photo_Kim Nak Hyun

 

숙소는 보일러가 돌았는지 온기를 넘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발코니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니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매서운 칼바람과 방안의 온기가 뒤섞이는 딱 좋은 온도의 지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요즘 숙소들은 꽤나 괜찮은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몰입도 있게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커다란 벽걸이 스마트 TV를 비롯해 몸의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안마의자까지. 그랬다. 벽걸이 TV를 안마의자와 일직선 상에 놓이도록 각도를 조절하고 안마 기능을 눌러 편안하게 마사지를 받으며 TV를 시청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유튜브, 넷플릭스, TV, 드라마, 영화, 스포츠 각종 채널을 총 동원해 마음에 드는 장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보게 된 신년 특집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디스플레이아트. ⓒ Photo_Kim Nak Hyun

 

짧은 시간이었지만 뭐랄까, 큰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광주.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하니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 그래.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내일 다시 광주를 둘러보자라며 마음을 잡고 팝콘과 콜라를 준비했다. 창 밖으로 스며드는 영상 이미지가 방해스럽긴 했지만 오랜만에 영화 감상을 망칠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가 끝나고 몇 가지 작업을 다하고 나니, 어느덧 새벽이 다 되었다. 잠을 청했다.

 

 


아시아문화박물관. ⓒ Photo_Kim Nak Hyun

 

5.18과 노잼시티

도시는 여전히 과거의 역사와 함께 숨을 쉬고 있는 듯 싶다. '5.18'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를 것이다. 점심 무렵이 다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금남로 소재의 '전일빌딩 245(구. 전일빌딩)'이었다. 245? 무슨 뜻일까? 평범한 건물로 보이지만 대한민국 근현대사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는 건물임에 틀림없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정보를 얻어 차는 맞은편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두었다. 마치 현대건축물의 집합소 같은 아시아문화박물관 건물을 지나 광장에 나오니 오래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일빌딩245. ⓒ Photo_Kim Nak Hyun

 

언론매체 등을 통해 이름은 들어보았다. 그러나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조차 모르는 무지한 상태였다. 길을 건너 건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올라갔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다시 10층으로 이동했다. 방금 누군가 점심 식사라도 한 듯,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장 먼저 느껴졌다. 화살표가 알려주는 대로 공간을 옮겼다. 5.18에 대한 팩트들은 증거들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 어떤 왜곡도 가짜도 없이 사실 그대로 말이다. 

 

 

전일빌딩245

 

 

주소 : 광주 동구 금남로 245

운영 : 09:00~19:00

휴무 : 1월1일, 설날, 추석 휴무

전화 : 062-225-0245

관람 : 무료

주차 : 빌딩 내 주차(1시간 이내 주차요금 지원)

또는 아시아문화전당 주차장(유료)

 

 

전일빌딩245 아케이브 전시관. ⓒ Photo_Kim Nak Hyun

 

내가 자주보는 미드수사물의 스토리 전개는 무척 간단하다.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당국은 사건(Case)을 조사한다. 가장 먼저 목격자(Witness)을 찾아 진술을 수집, 증거를 찾고 모아 분석을 하고 이를 토대로 진범 또는 진범들을 잡는 식이다. 드라마 속 증거(Evidence)란,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실마리, 결정적 단서(Clue)가 되어준다. 부패한 경찰이나 수사당국에 의해 조작된 증거가 아닌 이상 대부분 증거를 통해 진범을 검거한다. 증거란, 이처럼 엄청난 힘을 지닌 키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토록 증거들을 찾으려, 수집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전일빌딩245 아케이브 전시관. ⓒ Photo_Kim Nak Hyun

 

결정적 단서가 되는 수많은 증거들이 전일빌딩 안에 그대로 남아있다. 수사당국은 어쩌면 제대로 된 노력 없이도 아주 쉽게 진범을 찾아내고 검거까지 하여 사건종결(Case Closed)까지 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반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여전히 미제사건(Cold Case)가 되어버린 이 상황은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증거가 차고 넘쳐도 절대 잡아드릴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무엇.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이 나라는...  

 

옛 광주 도청 건물. ⓒ Photo_Kim Nak Hyun

 

답답한 마음도 추스릴 겸 옥상에 올랐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광주 시내를 바라보니 살 것 같다. 궁금했던 '전일빌딩245'의 숫자 '245'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게 되어 고마웠다. 이러한 역사적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광주의 운명을 생각해 보면 굳이 이 도시를 재미가 넘쳐나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옳은 일인지 궁금하다. 노잼시티여도 괜찮을 것 같다.   

 

 


묵은지와 육회 비빔밥

시내에서 멀지 않는 식당, 조금 어렵게 주차를 하고 실내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현지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빨리 자리를 잡고 앉아 생 비빔밥을 주문했다. 다소 낯선 메뉴다. 점심 메뉴로 대부분 생 비빔밥과 익 비빔밥을 먹고 있었다. 간혹 곰탕을 드시는 어르신도 보였는데 비빔밥을 주문해도 작은 국그릇에 곰탕이 딸려 나온다고 해서 그냥 생 비빔밥을 주문했다. 빠르게 반찬들이 깔리고 이내 생 비빔밥이 나왔다. 갖은 야채와 붉은 생고기가 올라간 비빔밥. 슥싹슥싹 비벼 놓고 보니 마치 보석같이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는 것이 아닌가. 며칠 굶은 하이에나처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담백하면서 맛이 괜찮다. 반찬으로 나온 양념육회도 일품이다. 옆 자리에서 곰탕을 드시는 어르신들을 곰탕이 나오자마자 반찬으로 나온 육회를 탕 안에 넣기 시작했다. 탕에 넣는 양념이 아닌 것 같은데. 먹는 방법이 따로 있었나 보다. 딸려 나온 곰탕에 나도 따라 육회를 넣고 나니 빨간 국물의 고깃국으로 변신했다. 물론 처음에 나온 곰탕 본연의 맛이 더 좋았지만...

 

생 비빔밥. ⓒ Photo_Kim Nak Hyun

 

반찬으로 나온 깍뚜기와 묵은지도 입맛에 잘 맞았다. 곰탕과 어울리는 건 깍두기, 비빔밥과 잘 어울리는 묵은지. 조합이 좋으니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빠르게 사라져 갔다. 먹고 떠나면 새로운 사람들이 자리를 메꾸고 다시 먹고 나가기를 반복. 맛집인가 보다. 대로변 주차는 오후 2시까지 허용되어서 인지, 내가 차를 주차했을 때보다 차들이 길어졌다. 메뉴판에 적힌 익 비빔밥이 궁금해졌다. 나오는 길에 물어보니 생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 익힌 고기를 내어준다고 알려주셨다. 익힌 고기 비빔밥이라... 내가 생각하는 그런 스타일이 맞았다. 비빔밥에 곰탕까지 리필하며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후식으로 식혜까지 먹고 식당을 나왔다. 그러고 보니 전날, 점심만 먹고 저녁을 먹지 않았다. 저녁에 팝콘과 바나나를 먹은 게 전부였다. 게걸스럽게 먹은 이유가 있었던 것. 

 

밤실마을. ⓒ Photo_Kim Nak Hyun

 

밤실마을

 

주소 : 광주 북구 밤실로 163-9

영업 : 11:00~22:00

휴무 : 매주 일요일

전화 : 062-269-5290

가격 : 생. 익 비빔밥 12,000원

주차 : 식당 앞 대로(11:00~2:00 점심시간 허용)

 

5.18 민주 광장. ⓒ Photo_Kim Nak Hyun

 

점심도 먹었겠다. 이제는 돌아갈 준비를 해야한다. 이유 없이 즉흥적으로 선택한 광주 여행을 마무리하고 올라가야 한다. 내비게이션을 찍고 운행 모드로 돌입,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정읍에 들러 쌍화차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출발, 저녁이 다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따뜻한 온수에 샤워를 마치고 누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억에 남는 것은 '5.18'과 '245' 그리고 '광주의 맛' 밖에 없었다. 광주는 분명 노잼시티였지만 먹는 재미는 있었다. 굳이 재미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광주에는 재미가 아닌 위대한 정신이 남아있지 않은가. 두 끼 밖에 먹지 못한 설움을 달래기 위해 다음에 꼭 다시 가서 맛의 재미를 찾으며 맛난 음식으로 삼시 세 끼를 먹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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