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롱베이 크루즈_HALONGBAY CRUISE

2020. 12. 27. 16:14CRUISE

 

잔잔함은 이윽고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평온함이 지속되는 요즘, 자꾸만 하롱베이의 잔상과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하롱베이에서의 하룻밤이었다. 바다라고 하기엔 너무도 잔잔하고 호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했던 하롱베이를 제대로 둘러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대단한 크루즈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 좋았다. 받을 디딜 때마다 ‘삐걱’ 거리는 나무 발코니에 서서 변화무쌍한 기암괴석들을 구경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여행자들을 위해 마련된 소소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강요하는 일은 없었다. 

 

베트남 북부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선택 중 하나는 바로 하롱베이 크루즈였다. 수 없이 많은 크루즈 중 한 곳을 고르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미션의 시작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들의 대부분은 댓가성 리뷰였기에 더욱 힘들었다. 업체 리스트를 뽑고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들을 파악한 뒤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은 직접 문의했다. 그렇게 선택한 파라다이스 크루즈(Paradise Cruise). 결과적으로 후회 없는 선택이 되었다. 

 

 

하롱베이 크루즈 일정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오전에 하노이를 출발해 점심 무렵 하롱베이에 도착하고 정해진 선박에 승선한다. 하루 또는 이틀 동안 업체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하롱베이 인근 섬과 동굴 등을 방문하고 수상 액티비티를 즐기는 형태다. 주류를 제외한 모든 식사와 음료는 크루즈 요금에 포함되어 있다. 당일로 둘러보는 일일투어의 경우 1~2시간 가량 하롱베이를 둘러보고 하노이로 돌아가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최소 1박 이상은 머물길 권하고 싶다. 

 

출항을 기다리는 크루즈 선박(좌)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식사(우) 

 

이른 아침 하노이를 출발,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은 점심 무렵이었다. 30분 가량 음료와 다과를 먹으며 크루즈 승선을 기다렸다. 하롱베이 크루즈에 참여하는 여행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크루즈 관계자와 함께 승선할 크루들은 분주해진다. 1박 2일 일정 동안 필요한 물품들과 여행자들의 트렁크를 옮기느라 정신이 없다. 이윽고 출항 시간이 다가오고 차례대로 선박에 승선을 했다. 목에는 크루즈 명과 이름이 적힌 명찰을 걸었다. 1박 2일 동안 지내게 될 선실은 1층에 좌현에 배정받았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고 크루들의 소개도 끝났다. 항상 그렇지만 크루즈의 첫 시작은 언제나 서먹서먹하다. 아는 사람들보다는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 말이다. 서서히 출발하는 크루즈, 사방으로 스쳐 지나가는 기암괴석들이 하롱베이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 풍경들을 담아보고 싶었지만 참아보기로 했다. 사실 셔터 소리를 내면서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는 것도 뭐랄까, 매너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몇 가지 요리들을 테이블로 가져다 놓고 그냥 편안하게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크루즈에서 맞이하는 파인 다이닝 디너

 

식사 시간은 즐거웠다. 크루즈 비용에 포함된 디너라고 하기엔 상당히 수준급이다. 왠만한 고급 파인 다이닝 못지않았다. 애피타이저와 두툼한 스테이크, 달콤한 디저트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식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원한 베트남 맥주로 마무리를 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식사 시간이 끝나자 사람들은 크루즈 내 여기저기로 흩어진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내가 도착한 곳은 뽀송한 침구가 깔린 선실 침대였다. 선실 문을 열고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된 것처럼 뛰어올라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그래, 침대는 과학이야!~’라고 외치면서. 

 

넓게 쓸 수 있어서 편리한 트윈룸, 크루즈의 선실 역시 트윈룸으로 예약을 했다.

 

넓게 쓸 수 있어서 편리한 트윈 룸, 크루즈의 선실 역시 트윈룸으로 예약을 했다. 그 사이 잠이 들었나보다. 한 시간 가량 달콤한 잠을 자고 일어났다. 오전부터 시작된 여정이 피곤하긴 했나 보다. 발코니로 나왔더니 2층 갑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내가 잠든 사이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것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원목이 깔린 2층 갑판은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과 선 베드가 놓여있었고 중앙에는 작은 미니 바도 마련되어 있었다. 미니 바를 차지하고 형용색색 칵테일을 마시며 하롱베이를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칵테일 한 잔을 주문했다. 요 며칠 비가 내렸는데 다행히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멋진 해넘이를 구경할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사진기를 꺼내 연신 셔터를 누루다보니 어디선가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베트남 쿠킹 클래스가 펼쳐진 것이다. 갖가지 재료들을 설명하며 요리를 시연하는 요리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생선을 이용한 요리였다. 요리가 완성되고 조금씩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맛보다는 즐거운 경험이다. 요리에 정신을 팔다 보니 배가 어디로 가는지도 알아채지 못했다. 갑판을 비롯해 크루즈 내 크루들이 바빠지기 시작하고 이내 방송이 시작됐다. 크루즈에 딸린 작은 배를 타고 수상 마을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될 모양이었다. 수상 마을이 가까워지자 마을 구경을 원하는 여행자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갑판에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일정에 속한 프로그램일 뿐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한 시간 가량 수상 마을 방문이 마무리되자 이내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내가 탄 선박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 크루즈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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