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H BLAH(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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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A N
캔 캔 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른 새벽 바다에서 첫 파도를 타고 출근을 하던 로컬 서퍼들의 삶을 가까이서 봐온 나로서는 삶의 터전을 바꾸기 전까지 파도를 타고 출근을 하거나 퇴근을 하고 파도를 타는 삶은 그저 복 받은 사람들의 삶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어쩌면 올해는 나도 그들처럼 파도를 타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매일매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마음만 먹는다면, 일주일에 한 번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휴일을 보낼 수 있다. 부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난 뒤 쉬는 날에는 가까운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필요한 건 서핑보드다. 친한 동생 스튜디오에 맡겨둔 서핑보드들을 이고 지고 와야 한다. 출퇴근 용으로 구입한 중고차 안에..
2022.05.10 -
초보여행자
부산에서 걷고 부산에서 먹고 부산에서 잔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시절에 한번 다녀왔던 기억이 전부인 부산이다. 먼 타국으로는 뻔질나게 여행을 다니지만 정작 국내 여행의 경험은 별로 없다. 부산에 왔지만 부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한심할 따름. 가장 익숙한 백화점에 들러서 밥을 먹고 마트에서 간단한 도시락을 사다 호텔 방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마무리를 한다. 멋진 뷰를 기대했지만 프로모션으로 예약한 객실의 뷰는 그냥 도로와 건물이 전부. 건물 틈 사이 영도대교가 살짝 보이지만 별 감흥은 없다. 재미없는 여행이 틀림없지만 어쩔 수 있으랴, 처음부터 완벽한 여행은 없으니 말이다.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부산을 둘러봐야겠다. - 이곳을 떠나는 그날까지, 아주 천천히.
2022.05.10 -
다이어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체중, 아니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변화들이 있었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과는 항상 그대로였다. 내 인생 최고의 무게 기록을 연신 경신하던 지난해. 채용을 앞두고 받았던 신체검사에서 깜짝 놀랄 수치들을 받아 들고 본격적인 체중과의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그동안은 세월에 따른 아주 자연스러운 변화라며 그냥 그렇게 넘기곤 했었다. 그렇게 시작된 반 강제적 노동 다이어트,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반복적이고 체력 소모가 큰 노동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 체중이 노동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빠르게 감소했다. 육체적으로 고된 일을 시작한 뒤 한 달만에 무려 10kg가 빠졌다. 과거 날렵하고 말랐던 20대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은 매년 여름이 다가올수록 ..
2022.05.01 -
집중호우
간밤에 내린 비는 엄청났다. 강수량도 강수량이거니와 타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ASMR이 아닌 9.1 채널 우퍼가 달린 스피커를 틀어놓았나 싶을 정도로 웅장했다. 어찌나 세차게 내리던지 행여나 비가 세거나 옹벽이 무너져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닐지 혼자서 별의별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고 깨기를 반복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천둥, 번개의 굉음이 더해져 완벽한 사운드를 만들고 있었다. 빗소리가 주는 낭만보다는 두려움이 조금 더 컸던 밤이었다. 새벽을 여는 새소리에 일어나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믹스 커피를 마시는 지금, 다행히 빗줄기는 약해졌다. 내리는 비에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시원하게 샤워를 한 것 같다. 오랜만에 나 역시 캠핑 의자에 앉아 글도 끄적이고 책도 읽으며 나만의 시간에 집중한다. 비가 내려..
2022.04.26 -
발리
365일 서핑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가만히 호텔 방에서 쉴 수 있는 여행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과 대만도 우선순위지만 일본은 물가가 비싸서 장기 체류가 부담스럽고 대만은 아직 빗장이 풀리지 않아서 패스. 호주와 뉴질랜드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고 땅 덩어리가 너무 커서 어느 한 곳 목적지를 장하기가 어렵다. 물론 체류비도 상당. 그렇기에 발리밖에 없다. 발리 머물면 호주나 뉴질랜드를 가볍게 다녀올 수도 있고 여차하면 주변국 예를 들면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까지 비자 연장을 핑계로 호핑투어를 만끽할 수 도 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중간쯤, 어디든 갈 수 있고 항공편도 다양하니 옵션이 많다. 장기 체류도 걱정 없다. 체류 비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서핑도 할 수 있으니.
2022.04.09 -
재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은 잠시 내려놓게 되었다. 이제는 직장인이 되어 열심히 뺑이치고 있다. 휴일과 월급날을 기다리면서. 지난 10여년간 단절되었던 사회생활 경력을 다시 이어보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나이 많은 신입은 어디에서나 반가운 대상이 아니다. 누군들 이런 상황이 좋기만 하겠냐. 프리랜서 여행작가라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삶이 정규직 직장인이 되어 여러모로 안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국민연금도 되살아 나고 건강보험료도 오르고 연말정산도 해야 한다. 무작정 반가운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회복된 일상. 그런데 자꾸만 떠나고 싶어지는 이유는 뭘까? 격리 면제, 출입국 규정, 항공노선과 관련된 각종 뉴스를 볼 때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과연 이곳인지 궁금해진다. 또다시 불안한 상..
2022.03.22 -
봄
하루에 만 보를 넘어 2만 보 아니 3만 보 가까이 걷고 있다. 매일 밤 근육통에 시달리고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다. 언제부턴가 진통제, 파스를 달고 살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는 요즘이다. 날씨도 추워 몸은 자꾸만 움츠려 들기만 한다. 빨리 봄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기만 하다. 항상 추울 것 만 같은 알래스카에도 봄은 찾아온다. 짧지만 봄이 찾아오면 하루 해가 길어지고 길가에는 꽃도 피어난다. 온도가 올라 따뜻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짧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알래스카의 봄을 떠올리면 지금의 힘겨움도 참을 수 있게 된다. 조금만 참자, 내 인생의 봄도 곧 찾아올 테니까.
2022.03.19 -
카페인
하루 세 번 마시는 커피,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에 마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열심히 노동을 하는 중간에 마시는 믹스.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 헤이질럿 라떼. 가끔은 바닐라, 돌체, 카페 라떼...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나만의 루틴처럼 반복된다. 하루 세 번의 카페인의 힘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세 번, 밥을 먹지 않아도 커피는 마시는 요즘.
2022.03.04 -
휴게소
대로변에 위치한 한가로운 아니 운영이 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휴게소. 휴게소라는 간판이 없었더라면, 갈려고 했던 식당이 휴무일이 아니었더라면,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제대로 찾아들었다면, 확률적으로 이곳을 일부러 찾아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예정된 도착시간보다 훨씬 지체된 상황, 늦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 찾은 휴게소. 주차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찾은 가장 큰 이유였다. 아무튼 우연의 연속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곳이다. 바다 풍경과 자장면 맛은 거기서 거기라지만 바다가 보이는 코 앞자리에서 자장면을 먹을 수 있는 경험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나는 단돈 5000원에 짜장면을 먹으면서 지겨울 정도로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주문한 자장면이 나오기 전까..
2022.02.21 -
20분
당직의 연속, 육체적 + 정신적 피로감이 늘어간다. 오후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이 아닌 가까운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직행, 잠시 몸도 마음도 쉬어본다. 복잡한 서울에서 차로 20분, 제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항상 그 자리, 도심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다. 차로 20분 달려오니 드넓은 바다가 나타난다. 행복이란 게 별 것 없나 보다. 멍하니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 동네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바다를 보는 값을 따져보면 조금 사치를 부려도 될 것 같다. 저 멀리 멀어져 가는 하루 해, 나의 하루도 조금씩 저물어 간다.
2022.02.15 -
휴일
시간 활용이 자유로웠던 프리랜서(백수) 때는 휴일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좋아하는 라디오 청취도 말이다. 새로운 일을 하고 난 뒤에는 평범한 일상들이 그리워지고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명절 연휴지만 쉬는 날은 오늘 하루. 오랜만에 휴일을 맞이하여 평소보다 조금 늦게까지 잠을 자다 일어나 핸드 드립 커피 한 잔을 마신다. 그런 다음에는 좋아하는 라디오 주파수에 고정시키고 밀린 빨래들을 돌리거나 집을 청소한다. 아침밥 대신 당이 가득한 쿠크다스나 후레쉬베리를 커피와 함께 먹는다. 세탁이 끝날 때까지 이렇게 글을 적거나 오늘 해야 할 일들은 떠올린다. 한 주 동안 고생한 몸도 오늘만큼은 쉰다. 하루라는 짧은 휴일이지만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다. 휴일을 보다 소중하게 보내야 하는 이유.
2022.01.31 -
www
일 년 일 년 도메인을 연장하고 있다. 더 이상은 필요 없을 것 같은 도메인이지만... 왠지 이것마저 없어지면 더 이상 여행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랄까. 2016년 처음 도메인을 만들고 홈페이지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로 7년째다. 흔한 광고 수익도 없고 방문자수도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래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는 셈이다. 호스팅은 작년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했으니 앞으로는 도메인 유지 비용만 대략 일 년 22000~24000원 정도가 든다. 즐겨마시는 커피를 기준으로 따지면 대략 10잔 정도.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요즘엔 그냥 커피 좀 덜 마시지...라고 생각하며 매년 연장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요즘엔 예전 기록들을 찾아보며 또 다른 랜선 여행을 떠나는..
2022.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