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ATIO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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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우들랜즈 체크포인트
호텔 로비의 직원은 다른 직원에게 탄종 파가르(Tanjong Pagar)역이 더 이상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제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열차는 우드랜즈 트레인 체크포인트(Woodlands Train Checkpoint)를 이용해야 한다. 글과 사진 김낙현 N.H KIM 2011년 탄종 파가르역이 문을 다고 난 뒤,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모든 열차는 우들랜즈 체크포인트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조호르바루 센트럴 역, 줄여서 ‘JB Sentral’ 역까지다. 2015년 를 취재할 당시만 해도 우들랜즈역을 출발해 조호르바루를 거쳐 말레이시아 북쪽까지 갈 수 있는 남북선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후 남북선 운행을 중단했다. 때문..
2021.05.15 -
쿠알라룸푸르_K U A L A L U M P U R
‘동방의 사도’로 알려진 성 프란시스는 16세기 동남아시아에 가톨릭을 포교하게 되는데 말레이시아는 당시 동서양의 교두보 역할을 하던 중요한 기점이 되어주었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영향 밑에서 찬란하게 떠오른 말레이시아는 문화의 교착지이자 교집합이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문화와 각기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 '진정한 아시아'라 할 수 있을 만큼 강렬했다. 각기 다른 매력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니 마치 일곱 색깔 무지개를 보는 듯했다. 일부러 흉내 내지 않아도 드러나는 아름다움. 나에게 말레이시아는 비가 내린 뒤 나타나는 무지개 같은 존재였다. 2015년 1월 6일 나는 베트남 항공을 이용해 쿠알라룸푸르로 떠나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경유 편을 선택하는 이유는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함이기도 했고..
2021.05.12 -
방콕_B A N G K O K
공항까지 마중을 나온 동생 차를 타고 시원스레 뻗은 고속도로를 손살 같이 내달렸다. 쉼 없이 쏟아지는 비를 와이퍼로 닦아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기긴 우기구나." "하여튼 형도 참. 날씨 좋은 때 오시지..."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시야 속에서 운전대를 잡은 동생(방콕 거주)이 말을 건낸다.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냐, 그래도 온 게 어디야!” 차 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동생으로 말할 것 같으면 뉴질랜드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같은 학과에서 공부를 했다. 이후 녀석은 한국이 아닌 태국으로 다시 유학을 떠났고 4년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방콕 내 한국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동생이 태국에 자리를 잡은 뒤, 여행이든 ..
2020.12.16 -
멘장안_M E N J A N G A N
발리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45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중 6분의 1이 가량이 발리 북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북부의 대표 도시로는 싱아라자(Singaraja)와 블레렝(Buleleng)을 들 수 있는데, 종교적으로 역사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여행지로서의 발리 북부 지역은 대중적이라고 하기보다는 마니아층이 두텁다. 발리의 수도인 덴파사르만 하더라도 그렇다. 발리를 찾는 여행자 중 덴파사르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대부분은 발리 중부의 우붓(Ubud)과 남부 지역 일대(꾸따, 스미냑, 짐바란, 울루와뚜, 누사두아)에서 여행을 하곤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발리 여행 정보란 거의가 인기 여행지 위주다. 몇몇 지역은 정보가 넘쳐나는 반면, 북부 지역은..
2020.12.16 -
시판돈_S I P H A N D O N
‘4천 개의 섬’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시판돈, 현지 발음에 조금 더 가깝게 표현해 보자면 '씨판돈' 정도. '시(씨)'는 숫자 4를, '판'은 천을, '돈'은 섬을 뜻한다. 메콩 강이 라오스 최남단으로 접어들면 강의 폭은 바다만큼이나 넓어지고 수많은 섬들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러한 섬 중에는 사람이 사는 곳도 있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섬도 있다.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시판돈은 인도차이나 여행의 숨은 여행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었다 갈 수 있는 천국과도 같은 곳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이곳을 다녀온 여행자는 그리 많지 않다. 혹시라도 주변에 시판돈을 다녀온 사람이 있거들랑, 분명 그 사람은 여행을 좀 하거나 사연이 있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시판돈은 아래로는 캄보디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기..
2020.12.16 -
루앙프라방_L U A N G P R A B A N G
어둠이 짙게 깔린 이른 새벽, 창문 틈 사이로 차가운 공기가 스며든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다른 그 어떤 곳보다도 빠르게 찾아왔다. 루앙프라방 사람들은 아침 일찍부터 공양 준비로 분주하다. 어느 집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벽 시장은 이미 한창이다. 시장은 공양물을 사러 온 사람들과 신선한 과일, 생선, 육류 등을 팔러 나온 상인들로 활기가 넘친다. 양손 가득 공양물을 구입한 사람들은 행여라도 늦을까 서둘로 걸음을 옮긴다. 씨엥통 사원으로 곧게 뻗은 골목길에 플라스틱 간이 의자와 돗자리가 펼쳐지고 이내 탁밧 의식을 알리는 힘찬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로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현지인들 사이로 낯선 스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탁밧 의식에 참여하기 위해 이웃한 태국에서 오신 스님들이었다..
2020.12.16 -
크로아티아_C R O A T I A
그날 아침, 아련하게 들려오는 아잔 소리에 눈을 떴다. 비가 내린 뒤 쌀쌀해진 이스탄불의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 여행의 지침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침부터 머리가 띵하게 울리고 목이 아파 왔다. 아무래도 감기가 걸린 모양이다. 어제와는 달리 콧물을 훌쩍거리는 빈도도 높아져만 가고 여행이 길어지면서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만 가는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감기약이라도 사기 위해 술탄 아흐멧 주변의 약국에 들렀으나 기분만 상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많이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라고 말하거나, 이상한 약품을 한 움큼 내주며 비싼 가격을 부르는 식이다. 이럴 땐 한국에서 가져온 테라플루가 딱인데, 동이 난지 이미 오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이 사왔을 것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법. 이것저것 ..
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