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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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A N
캔 캔 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른 새벽 바다에서 첫 파도를 타고 출근을 하던 로컬 서퍼들의 삶을 가까이서 봐온 나로서는 삶의 터전을 바꾸기 전까지 파도를 타고 출근을 하거나 퇴근을 하고 파도를 타는 삶은 그저 복 받은 사람들의 삶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어쩌면 올해는 나도 그들처럼 파도를 타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매일매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마음만 먹는다면, 일주일에 한 번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휴일을 보낼 수 있다. 부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난 뒤 쉬는 날에는 가까운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필요한 건 서핑보드다. 친한 동생 스튜디오에 맡겨둔 서핑보드들을 이고 지고 와야 한다. 출퇴근 용으로 구입한 중고차 안에..
2022.05.10 -
감포 Gampo
good engouh 잔잔할 것만 같던 바다, 평온할 것만 같던 바다가 조금씩 울렁울렁거리더니 이내 작지만 괜찮은 파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달리던 차를 멈추고 연신 카메라 서터를 누르며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마치 아주 오래전, 파도를 찾아 발리 전역을 헤매던 그 시절처럼... 아침 기온이 연일 영하 7~10도를 오가던 2월의 어느 날, 다른 곳에 비하면 온도가 높았던 경주지만 그럼에도 살깃을 여미는 바람이 꽤나 차가웠다. 바닷가는 텅 비어 있었고 간혹 도로를 지나는 현지인들만 눈에 띌 뿐, 외지인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인 바다를 나 혼자서만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진정한 블루에너지를 느끼게 된 시간. 2..
2022.03.01 -
휴게소
대로변에 위치한 한가로운 아니 운영이 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휴게소. 휴게소라는 간판이 없었더라면, 갈려고 했던 식당이 휴무일이 아니었더라면,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제대로 찾아들었다면, 확률적으로 이곳을 일부러 찾아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예정된 도착시간보다 훨씬 지체된 상황, 늦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 찾은 휴게소. 주차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찾은 가장 큰 이유였다. 아무튼 우연의 연속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곳이다. 바다 풍경과 자장면 맛은 거기서 거기라지만 바다가 보이는 코 앞자리에서 자장면을 먹을 수 있는 경험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나는 단돈 5000원에 짜장면을 먹으면서 지겨울 정도로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주문한 자장면이 나오기 전까..
2022.02.21 -
20분
당직의 연속, 육체적 + 정신적 피로감이 늘어간다. 오후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이 아닌 가까운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직행, 잠시 몸도 마음도 쉬어본다. 복잡한 서울에서 차로 20분, 제 아무리 발버둥 쳐봐도 항상 그 자리, 도심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다. 차로 20분 달려오니 드넓은 바다가 나타난다. 행복이란 게 별 것 없나 보다. 멍하니 창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 동네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바다를 보는 값을 따져보면 조금 사치를 부려도 될 것 같다. 저 멀리 멀어져 가는 하루 해, 나의 하루도 조금씩 저물어 간다.
2022.02.15 -
미케 해변 MY KHE BEACH
파도가 꽤 컸다. 미케 해변(My Khe Beach, Phước Mỹ)을 오가며 바라본 상황은 그랬다. 다낭을 수 차례 방문했음에도 실제 파도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핑을 할 수 있구나. 서프 숍이 장사를 하긴 하는구나. 항상 의심만 하던 미케 해변의 파도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마땅한 보드숏이 없어 입고 있던 반바지를 입은 채 보드를 빌려 바다로 입수. 수온은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고 수심은 얕았다. 해변에서 대략 20미터 이상을 걸어들어왔음에도 가슴 높이. 바다 바닥은 모래로 쿠션감이 있었지만 여기저기 움푹 파인 곳이 많았다. 파도는 힘이 없이 부서져버리기 일쑤였지만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기엔 충분했다. 이토록 가까운 해변이 세상에 있을까? 다낭 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이..
2021.01.10 -
꾸따 해변 KUTA BEACH
가짓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뷔페 레스토랑에 가면 항상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가장 먼저 무엇을 먹을지 말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자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선택한다. 예를 들면 누룽지나 김밥 같은 것들이다. 이번 비치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어떤 곳을 소개할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뷔페 레스토랑에서처럼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해변을 먼저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곳은 발리의 꾸따 해변이다. 무엇보다 너무 장황하거나 쓸데없는 이야기는 줄이고 필요한 정보들만 요약하기로 한다. 첫 번째 소개할 해변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꾸따 해변(Kuta Beach)이다. 꾸따 해변은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5km가량 떨어진 서남부 해안에 자리해 있다. 연중 끊이질 않는 양질의 파도 덕분에 서..
2021.01.10 -
미케 비치 서핑
그것도 파도라고 한 시간 남짓 탔더니 손목부터 목, 허리, 어깨까지 뻐근하다. 정말 오랜만에 또다시 바다에 들어갔다. 역시나 오랜만에 하는 패들링은 힘들다. 밖에서 봤을 때는 조류도 없어 보이고 별 것 없을 것 같던 바다, 막상 들어오니 파도를 넘기느라 정신이 없다. 제대로 된 파도는 오지 않고 힘없이 부서지는 파도만 무한정 반복. 아마 제대로 된 놈이 왔어도 못 탔을 듯 하지만… 그래도 미케 해변의 파도를 느껴 본 것으로 조금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낭에 언제 다시, 얼마나 오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집 안에 처박힌 서프보드 하나 가져다 놓을까 생각 중이다. 나중에 언제든 미케 비치에 오면 탈 수 있도록 말이다. – 11월 23일, 다낭 미케 비치에서 2019년 11월 23일
202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