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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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A N
캔 캔 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른 새벽 바다에서 첫 파도를 타고 출근을 하던 로컬 서퍼들의 삶을 가까이서 봐온 나로서는 삶의 터전을 바꾸기 전까지 파도를 타고 출근을 하거나 퇴근을 하고 파도를 타는 삶은 그저 복 받은 사람들의 삶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어쩌면 올해는 나도 그들처럼 파도를 타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매일매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마음만 먹는다면, 일주일에 한 번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휴일을 보낼 수 있다. 부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난 뒤 쉬는 날에는 가까운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필요한 건 서핑보드다. 친한 동생 스튜디오에 맡겨둔 서핑보드들을 이고 지고 와야 한다. 출퇴근 용으로 구입한 중고차 안에..
2022.05.10 -
발리
365일 서핑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가만히 호텔 방에서 쉴 수 있는 여행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과 대만도 우선순위지만 일본은 물가가 비싸서 장기 체류가 부담스럽고 대만은 아직 빗장이 풀리지 않아서 패스. 호주와 뉴질랜드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고 땅 덩어리가 너무 커서 어느 한 곳 목적지를 장하기가 어렵다. 물론 체류비도 상당. 그렇기에 발리밖에 없다. 발리 머물면 호주나 뉴질랜드를 가볍게 다녀올 수도 있고 여차하면 주변국 예를 들면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까지 비자 연장을 핑계로 호핑투어를 만끽할 수 도 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중간쯤, 어디든 갈 수 있고 항공편도 다양하니 옵션이 많다. 장기 체류도 걱정 없다. 체류 비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서핑도 할 수 있으니.
2022.04.09 -
감포 Gampo
good engouh 잔잔할 것만 같던 바다, 평온할 것만 같던 바다가 조금씩 울렁울렁거리더니 이내 작지만 괜찮은 파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달리던 차를 멈추고 연신 카메라 서터를 누르며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마치 아주 오래전, 파도를 찾아 발리 전역을 헤매던 그 시절처럼... 아침 기온이 연일 영하 7~10도를 오가던 2월의 어느 날, 다른 곳에 비하면 온도가 높았던 경주지만 그럼에도 살깃을 여미는 바람이 꽤나 차가웠다. 바닷가는 텅 비어 있었고 간혹 도로를 지나는 현지인들만 눈에 띌 뿐, 외지인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인 바다를 나 혼자서만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진정한 블루에너지를 느끼게 된 시간. 2..
2022.03.01 -
SURFONION
서핑의 시작 S.U.R.F 알파벳만으로 나의 가슴은 충분히 벅차오른다. 알 수 없는 서핑에 매력을 아무리 설명을 하려고 하지만 이 스포츠는 분명 몸이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것인가 보다. 자연이란 그런 것 인가? 때론 어머니의 품같이 때론 아버지의 느낌으로… 난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서핑을 이야기 한다. 왜냐하면 결단코, 결단코 그들은 서퍼의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또한 항상 F.R.E.E 외쳐대며, 자연의 중요함과 쯧쯧. 결국 현실로의 도피처 일 수 도 있다. 대부분의 서퍼들이 그러하듯이, 처음엔 나 역시 멋진 화보 속의 주인공처럼, 아마도, 사진 속, 서퍼들의 모습을 동경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삶이 180도 달라지고,..
2021.01.02 -
미케 비치 서핑
그것도 파도라고 한 시간 남짓 탔더니 손목부터 목, 허리, 어깨까지 뻐근하다. 정말 오랜만에 또다시 바다에 들어갔다. 역시나 오랜만에 하는 패들링은 힘들다. 밖에서 봤을 때는 조류도 없어 보이고 별 것 없을 것 같던 바다, 막상 들어오니 파도를 넘기느라 정신이 없다. 제대로 된 파도는 오지 않고 힘없이 부서지는 파도만 무한정 반복. 아마 제대로 된 놈이 왔어도 못 탔을 듯 하지만… 그래도 미케 해변의 파도를 느껴 본 것으로 조금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낭에 언제 다시, 얼마나 오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집 안에 처박힌 서프보드 하나 가져다 놓을까 생각 중이다. 나중에 언제든 미케 비치에 오면 탈 수 있도록 말이다. – 11월 23일, 다낭 미케 비치에서 2019년 11월 23일
2021.01.02 -
BEGINS
Bucket List 꿈과 목표가 늘어만 가던 다이어리 첫 장, 가장 윗줄엔 굵은 펜으로 선명하게 ‘surfing’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버킷 리스트가 하나씩 지워져 가는 순간에도 언제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 역시 ‘surfing’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가장 어려운 버킷 리스트 중 가장 하나가 바로 ‘surfing’이었다. 가장 오랫동안 나만의 버킷 리스트에 머물고 있었던 서핑, 결국 지워버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고 난 그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공항 대합실, 삼삼오오 모여 담배 한 모금에 여행의 피로를 잠시 풀고 있었다.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아 꺼낸 빛바랜 잡지 한 권, 뜨거운 태양, 부서지는 파도를 타는 서퍼들의 모습에 꿈틀거리던 본능이 되살아나버린 것이다. 평상..
2020.12.31 -
득템
올해도 어김없이 새 운동화를 구입했다. 무슨 세일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단돈 만원에 득템을 했다. 여행을 하면서 일 년에 내가 소비하는 운동화는 약 2~3켤레 정도. 언제부턴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함께 고생한 운동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서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강박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입하는 운동화는 죄다 반스 에라( VANS ERA) 모델이다. 10대 때부터 신기 시작했으니 정말 오랫동안 한 브랜드만 신어 온 셈이다. 덕분에 신발을 살 때 고민할 일이 별로 없다. 달고 달은 운동화를 보면 그 신발을 신고 여행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내년에는 새 신을 신고 어딜 갈지 벌써 설렌다. 그나저나 사랑하던 서핑 잡지는 갈수록 퀄리티가 떨어진다. - 새로 구입한 반스 에..
2020.12.27 -
수선
아쉽게도 찢어진 상태를 사진으로 담아두질 못했다. 아무튼 해져버린 반바지를 동네 세탁소에 맡겼다. 해진 부위를 보고선 한 참을 웃는 세탁소 아저씨. 아저씨 실력을 잘 알고 있는지라… 물론 그냥 버려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입었던 옷이지만 수선까지 해서 입으려고 하는 이유는 갑작스레 떠오른 발리에서의 추억 때문이었다. 매년 여름이 오면 커다란 트렁크에서 여름 옷가지들을 꺼내는데 많은 옷들 중에서 요 놈만 보고 있으면 발리에서 지내던 그때가 생각난다.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시간들이라 더욱 소중하고 그립나 보다. 당시 나는 더 이상 까맣게 될 것 같지 않은 피부색에 헐렁이는 보드 숏, 민소매를 입고서 살았다. 무려 18개월 동안 말이다. 일상이라고 해봤자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서핑 스폿에서 서핑을..
202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