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29)
-
저스트고 말레이시아
작년부터 시작된 말레이시아 취재가 마무리되고 개정판 작업도 무사히 끝이 났다. 오랜 기다림 끝에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캐릭터로 표지를 갈아입고 저스트고 말레이시아 2020-2021이 출간이 되었다. 정통 가이드북 표지가 아무래도 익숙하지만 스페셜 에디션인 만큼 이번엔 귀여운 캐릭터로 작업이 되었다. 배경으로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KLCC 공원, 국립 모스크가 처리되었고 음료를 마시는 라이언과 야자수 잎을 들고 그늘을 만들어주는 콘이 그려져 있다. 야자수와 선글라스, 스카프의 패턴이 열대 남국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여행 가이드북 시장이 예전보다는 힘들어졌지만 그럼에도 작가, 편집자, 출판사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원고를 다듬고 사진을 고르고 교정을 보다 보면 언제 끝이 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
2021.01.02 -
미케 비치 서핑
그것도 파도라고 한 시간 남짓 탔더니 손목부터 목, 허리, 어깨까지 뻐근하다. 정말 오랜만에 또다시 바다에 들어갔다. 역시나 오랜만에 하는 패들링은 힘들다. 밖에서 봤을 때는 조류도 없어 보이고 별 것 없을 것 같던 바다, 막상 들어오니 파도를 넘기느라 정신이 없다. 제대로 된 파도는 오지 않고 힘없이 부서지는 파도만 무한정 반복. 아마 제대로 된 놈이 왔어도 못 탔을 듯 하지만… 그래도 미케 해변의 파도를 느껴 본 것으로 조금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낭에 언제 다시, 얼마나 오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집 안에 처박힌 서프보드 하나 가져다 놓을까 생각 중이다. 나중에 언제든 미케 비치에 오면 탈 수 있도록 말이다. – 11월 23일, 다낭 미케 비치에서 2019년 11월 23일
2021.01.02 -
요거트
조식 때 먹는 요거트 3~4, 개인적으로 사 먹는 요거트 4개. 하루 8~10개는 먹는 듯하다. 베트남 요거트는 참 맛있다. 요거트를 먹으면서 여행 중 탄산음료를 먹는 일이 적어졌다. 매일 아침 반갑게 말을 걸어주던 호텔 직원들도 체크 아웃을 한다고 하니 정성스레 요거트 하나를 만들어가져 왔다. 요거트는 좋아하는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란다. 친절도 하지. 보통 여행자와는 달리 귀찮은 일만 만드는 나인데… 그럼에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런 마음을 알기에 연장을 하면서까지 이곳에 머물고 있다. 바람도 불고 날씨도 좋고. 이제 떠나도 될 것 같다. — 맛있는 요거트를 마시면서, 다낭에서 2019년 11월 21일
2021.01.02 -
야자수 나무 아래
뜨거운 모래사장, 강렬하게 쏟아지는 태양을 흠뻑 흡수하며 해변을 걷다 마주한 야자수 한 그루. 그 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본다. 짠내가 약간 섞인 바닷바람이 머리칼이 흩날리고 하얀 백사장은 적당히 식어 좋은 감촉을 선물한다. 바다 가까이로 조금씩 다가가는 커플. 그늘과 태양 사이에 걸쳐 태닝을 하는 커플, 들어오는 바닷물을 피해 해변을 걷는 사람. 드론을 날려 항공 샷을 찍는 사람까지. 야자수 그늘 아래 앉아 미케 비치를 바라보고 있자니, 바다를 즐기는 방법이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먹다 남은 수박으로 페이스 스크럽을 하는 현지 아저씨에게 해변의 모든 사람들의 눈이 고정되어 있다. 효과가 있는 걸까. 아무튼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이면 미케 비치는 역시나 만인의 놀이터가 된다. 슬슬 물이 차오..
2021.01.01 -
선고즈다운
하루 단 한 번, 이렇게 해가 저물어 가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여행 중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아침 해가 떠올라 본격적인 열기를 분출하기 전까지 나는 최대한 많이 걷고 걸으려고 노력한다. 해가 중천에 뜨면 잠시 쉼터로 돌아와 해를 피하고 오후 무렵 저무는 해를 찾으러 다시 밖으로 기어 나온다. 여행 내내 숨바꼭질을 하듯 숨기와 찾기를 반복하며 하루를 보낸다. 엄청난 인파와 더위 속에서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었던 주말을 보내고 맞이한 월요일의 믈라카. 오늘만큼은 태양도 잠시 숨을 고르는지 아주 천천히 저물어 간다. - 9월의 월요일 믈라카에서 2019년 9월 2일
2020.12.30 -
161번 국도
아침부터 갑작스레 떠오른 더 다타이(The DATAI)의 기억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어떤 연관도 없이 뜬금없이 떠오른 것인데 이럴 때면 무척 난감하다. 결국 당시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사진을 찾았다. 그때는 따뜻한 남국의 열대 기운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드라이브를 즐기던 날이었다. 해외여행을 가서 렌터카 몰고 어디론가 다니는 것은 무척이나 낭만적이라고 생각되는데 복잡한 도심 속에선 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몇 나라는 여행을 할 때마다 차를 빌려 다니게 된다. 말레이시아 ‘랑카위’, 일본 ‘오키나와’, 대만 ‘펑후’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오늘은 말레이시아 랑카위를 여행하던 그때가 떠오른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랑카위 북서쪽에 위치한 더 다타이 리조트로 가던 그 길, 그리고 그곳에서..
2020.12.30 -
사전답사
머나먼 이국으로 떠나기 전 여행 책자를 통해 미리 보기를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구글 지도를 이용해 사전 답사를 하곤 한다. 특히나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면 구글 지도를 축소, 확대, 이동해 주변을 샅샅이 뒤지곤 한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으면 저장해 놓는다. 현지에 도착해서 여행을 하다 보면 미리 점찍어둔 곳 중 반에 반도 못 보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계획대로 저장해 둔 장소에 방문했다면 아이콘이나 색을 바꾸고 간단히 기록도 남겨둔다. 그렇게 저장해 둔 스폿 정보들이 시간이 흐르고 방문에 방문을 거듭하면 결국 빼곡하게 채워진다. 2019년에는 어디로 떠나야 할지 오늘도 하루 종일 구글 지도를 펴놓고 고민 중이다. - 구글맵을 켜놓고 2019년 1월 5일
2020.12.28 -
오가닉 여행
스웨덴 친구들의 농담 섞인 대화 속에서 튀어나온 ‘오가닉 여행’,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겠지만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계적인 오류가 아니고서는 웬만해서는 길을 잃을 일도 없는 요즘이다. 불과 몇 년 전이라고 이야기하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종이 지도를 펴고 길 이름을 보고 또 보며 여행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뭐… 여전히 구글 지도나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오지 아닌 오지도 있지만.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비해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나 고생한 기억이 별로 없다. 인터넷이 귀하던 시절에는 매일매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났고 그것은 바로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앞으로 다가올 여행은 스마트폰보다 책을 더 많이 보기로 말이다. - ..
2020.12.28 -
할롱베이 크루즈_HALONGBAY CRUISE
잔잔함은 이윽고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평온함이 지속되는 요즘, 자꾸만 하롱베이의 잔상과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하롱베이에서의 하룻밤이었다. 바다라고 하기엔 너무도 잔잔하고 호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했던 하롱베이를 제대로 둘러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대단한 크루즈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 좋았다. 받을 디딜 때마다 ‘삐걱’ 거리는 나무 발코니에 서서 변화무쌍한 기암괴석들을 구경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여행자들을 위해 마련된 소소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강요하는 일은 없었다. 베트남 북부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선택 중 하나는 바로 하롱베이 크루즈였다. 수 없이 많은 크루즈 중 한 곳을 고르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미션의 시작이었다. 인터..
2020.12.27 -
득템
올해도 어김없이 새 운동화를 구입했다. 무슨 세일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단돈 만원에 득템을 했다. 여행을 하면서 일 년에 내가 소비하는 운동화는 약 2~3켤레 정도. 언제부턴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함께 고생한 운동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서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강박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입하는 운동화는 죄다 반스 에라( VANS ERA) 모델이다. 10대 때부터 신기 시작했으니 정말 오랫동안 한 브랜드만 신어 온 셈이다. 덕분에 신발을 살 때 고민할 일이 별로 없다. 달고 달은 운동화를 보면 그 신발을 신고 여행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내년에는 새 신을 신고 어딜 갈지 벌써 설렌다. 그나저나 사랑하던 서핑 잡지는 갈수록 퀄리티가 떨어진다. - 새로 구입한 반스 에..
2020.12.27 -
계륵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기록하고 사진을 찍느라 제대로 된 여유나 여행의 낭만을 느끼기 어렵다. 분신처럼 붙어 다닌 무거운 카메라도 여행이 끝나면 먼지가 쌓이도록 휴업 모드로 돌입한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배터리도 다 닳고 메모리카드로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 찾고 나니 셔터 박스가 말썽이다. 그러고 보니 베트남 중부 지역 취재 때 셔터 박스 때문에 사진을 찍지 못했던 기억이 났다. 남대문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 이참에 카메라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무겁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조금씩 사용빈도가 낮아지고 있는 나의 DSLR. 계륵이 될 판이다. 요즘에는 스마트폰과 작은 사이즈에 고성능을 자랑하는 하이엔드 카메라를 자주 사용하게 된다.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삼각대..
2020.12.27 -
저스트고 베트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베트남 취재를 시작한 것이 2016년 이맘때니 말이다. 출판사와 나 모두가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었던 책이었다. 덕분에 긴 호흡으로 베트남을 마주할 수 행복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길고 긴 작업을 별 탈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마지막 교정과 저자 프롤로그를 보낸 지 3주가 흘렀고 드디어 책이 나왔다. 더뎠지만 결국 나왔다. 그 사이 박항서 축구 감독과 각종 TV 방송 프로그램 덕분에 베트남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높아진 인기만큼 책도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발리, 말레이시아, 라오스, 베트남.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책이 나오니 또다시 행복한 고민에 빠져든다. - 따끈한 신간을 받고서 2018년 12월 2일
202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