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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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간밤에 내린 비는 엄청났다. 강수량도 강수량이거니와 타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ASMR이 아닌 9.1 채널 우퍼가 달린 스피커를 틀어놓았나 싶을 정도로 웅장했다. 어찌나 세차게 내리던지 행여나 비가 세거나 옹벽이 무너져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닐지 혼자서 별의별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고 깨기를 반복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천둥, 번개의 굉음이 더해져 완벽한 사운드를 만들고 있었다. 빗소리가 주는 낭만보다는 두려움이 조금 더 컸던 밤이었다. 새벽을 여는 새소리에 일어나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믹스 커피를 마시는 지금, 다행히 빗줄기는 약해졌다. 내리는 비에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시원하게 샤워를 한 것 같다. 오랜만에 나 역시 캠핑 의자에 앉아 글도 끄적이고 책도 읽으며 나만의 시간에 집중한다. 비가 내려..
2022.04.26 -
자갈치 시장_JAGALCHI MARKET
전날 8시가 조금 넘어서 잠이 들었다. 평상시 취침시간보다 일찍 잠이 든 이유는 오랜만에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술을 마신 이유는 다음날이 휴일인 이유도 있겠지만 요 며칠 더워진 날씨에 치맥에 대한 갈증이 켜졌기 때문이다. 직장 동생이 자주 시켜먹는다고 하는 국제 통닭을 남포동에서 우연히 발견한 순간부터, 시원한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본격적으로 치맥을 먹은 게 오후 4시 무렵이었다. 시원하고 청량한 생맥주는 좁은 식도를 따라 부럽고 빠르게 넘어갔다. 주문한 통닭은 어찌나 양이 많은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아 그만큼 생맥주가 추가되는 분위기. 마실만큼 마시고 먹을 만큼 먹은 뒤 소화를 시킬 켬 숙소까지 걸어와 숙소에서 제공하는 생맥주를 또 마시기 시작했다. 취기가 오를 만큼 마신 뒤 방으로 돌아와..
2022.04.13 -
감포 Gampo
good engouh 잔잔할 것만 같던 바다, 평온할 것만 같던 바다가 조금씩 울렁울렁거리더니 이내 작지만 괜찮은 파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달리던 차를 멈추고 연신 카메라 서터를 누르며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마치 아주 오래전, 파도를 찾아 발리 전역을 헤매던 그 시절처럼... 아침 기온이 연일 영하 7~10도를 오가던 2월의 어느 날, 다른 곳에 비하면 온도가 높았던 경주지만 그럼에도 살깃을 여미는 바람이 꽤나 차가웠다. 바닷가는 텅 비어 있었고 간혹 도로를 지나는 현지인들만 눈에 띌 뿐, 외지인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인 바다를 나 혼자서만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진정한 블루에너지를 느끼게 된 시간. 2..
2022.03.01 -
www
일 년 일 년 도메인을 연장하고 있다. 더 이상은 필요 없을 것 같은 도메인이지만... 왠지 이것마저 없어지면 더 이상 여행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랄까. 2016년 처음 도메인을 만들고 홈페이지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로 7년째다. 흔한 광고 수익도 없고 방문자수도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래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는 셈이다. 호스팅은 작년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했으니 앞으로는 도메인 유지 비용만 대략 일 년 22000~24000원 정도가 든다. 즐겨마시는 커피를 기준으로 따지면 대략 10잔 정도. 아깝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요즘엔 그냥 커피 좀 덜 마시지...라고 생각하며 매년 연장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요즘엔 예전 기록들을 찾아보며 또 다른 랜선 여행을 떠나는..
2022.01.25 -
날아랏
푸른 하늘 위로, 구름 위로 날아올라야 할 비행기. 트렁크를 끌고 공항버스나 공항철도를 타고 국제선 청사로... 탑승 수속, 면세점, 점점 그리워지는 풍경이다. 코로나19가 터진 후 해외여행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느끼게 된 뒤부터 나는 대한항공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주식에 '주'자도 모르는 내가 특정 항공사 주식을 사게 된 이유는 나름의 보상 심리 같은 것이었다. 적어도 몇 년간 코로나19 전처럼 자유롭게 해외로 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에 해외여행을 가고 싶을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대한항공 주식을 사 모아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를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항공권을 구입하듯이 3개월에 한 번, 어쩔 때는 1달에 한 번꼴로 모은 주식. 빨간색으로 바뀌어 훨훨 날아갈 것 같은 날도 있었..
2021.11.30 -
다이어리
연말이면 어김없이 다이어리를 사곤 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신년이 되면 촌스럽지만 두툼한 다이어리를 반강제로 던져주곤 했는데 이제는 돈을 주고 사야만 한다. 물론 한 때, 스벅에 노예였을 때는 원고 정리를 핑계로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별과 프리퀀시 미션을 수행하며 다이어리를 받았다. 어떤 해는 야무지게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해는 종이가 아까울 정도로 별 것 없이 분리수거통으로 배출되기도 한다. 사실 코로나19로 모든 계획이 틀어지고 결코 원하지 않던 새로운 시작도 했으니 다이어리에 쓸 것이 있다면 꽤나 빽빽한 한 해가 되어을 것이다. 2022년 사실 잘 모르겠다. 올해의 연장선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변화를 겪을 수도 있다. 아무튼 2021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 2022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
2021.11.17 -
숨은여행지
홈페이지를 방문한 기록 중에서 '숨은 여행지'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숨은 여행지라... 히든 플레이스(Hidden Place), 시크릿 스폿(Secret Spot) 등 책이나 잡지 제목으로 자주 뽑던 표현이다. 각설하고 죄송하게도 큰 정보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숨은 여행지를 공개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표현법은 다르지만 나에게도 꽤나 많은 장소들(숨은 여행지, 히든 플레이스, 시크릿 스폿 등)이 있었다. 이제는 누구나가 다 알게 된 곳들도 있고, 다행히 아직까지 숨겨진 채 남아있는 곳도 있다. insta, youtube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출이 되고 있으니 점점 더 그런 곳들은 살아남아있기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숨은 여행지는 너무 가까이 있거나 너무 흔해서 신..
2021.07.17 -
싱가포르 우들랜즈 체크포인트
호텔 로비의 직원은 다른 직원에게 탄종 파가르(Tanjong Pagar)역이 더 이상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제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열차는 우드랜즈 트레인 체크포인트(Woodlands Train Checkpoint)를 이용해야 한다. 글과 사진 김낙현 N.H KIM 2011년 탄종 파가르역이 문을 다고 난 뒤,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모든 열차는 우들랜즈 체크포인트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조호르바루 센트럴 역, 줄여서 ‘JB Sentral’ 역까지다. 2015년 를 취재할 당시만 해도 우들랜즈역을 출발해 조호르바루를 거쳐 말레이시아 북쪽까지 갈 수 있는 남북선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후 남북선 운행을 중단했다. 때문..
2021.05.15 -
내신발
터지고 찢어졌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짠하다. 주인을 잘 못 만나서 그런 것은 아닐까. 더욱이 아끼는 놈인데 이런 지경까지 오고 나니 괜스레 마음이 아파 온다. 한두 번은 고쳐서 신기도 했다. 처음에는 앞 코가 나갔다. 두 번째는 뒤가 다 달았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오래 신은 슈즈다. 인터넷에서 상상도 못 할 가격에 구입한 내 신발. 이걸 신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냈다. 고마가케다, 알래스카에서는 발이 시려 죽는 줄 알았고, 우기의 대만에서는 며칠 동 안 젖은 채로 다니기도 했다. 버리려고 했지만 버릴 수 없었고 또 싣고 또 신었다. 기념이 될 만한 사진 한 장 찍어서 보내 주련다. 2016년 5월 1일
2021.05.12 -
미케 해변 MY KHE BEACH
파도가 꽤 컸다. 미케 해변(My Khe Beach, Phước Mỹ)을 오가며 바라본 상황은 그랬다. 다낭을 수 차례 방문했음에도 실제 파도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핑을 할 수 있구나. 서프 숍이 장사를 하긴 하는구나. 항상 의심만 하던 미케 해변의 파도를 내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마땅한 보드숏이 없어 입고 있던 반바지를 입은 채 보드를 빌려 바다로 입수. 수온은 차가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고 수심은 얕았다. 해변에서 대략 20미터 이상을 걸어들어왔음에도 가슴 높이. 바다 바닥은 모래로 쿠션감이 있었지만 여기저기 움푹 파인 곳이 많았다. 파도는 힘이 없이 부서져버리기 일쑤였지만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기엔 충분했다. 이토록 가까운 해변이 세상에 있을까? 다낭 국제공항에서 차로 10분이..
2021.01.10 -
꾸따 해변 KUTA BEACH
가짓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뷔페 레스토랑에 가면 항상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가장 먼저 무엇을 먹을지 말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자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선택한다. 예를 들면 누룽지나 김밥 같은 것들이다. 이번 비치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어떤 곳을 소개할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뷔페 레스토랑에서처럼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해변을 먼저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곳은 발리의 꾸따 해변이다. 무엇보다 너무 장황하거나 쓸데없는 이야기는 줄이고 필요한 정보들만 요약하기로 한다. 첫 번째 소개할 해변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꾸따 해변(Kuta Beach)이다. 꾸따 해변은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5km가량 떨어진 서남부 해안에 자리해 있다. 연중 끊이질 않는 양질의 파도 덕분에 서..
2021.01.10 -
마일리지
마지막 여행을 다녀온 지 거의 일 년이다. 2019년 12월 다낭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코로나19가 지금처럼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됐다. 11월까지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12월이 되니 이상하게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코로나19로 인해 항상 부족하던 항공사 마일리지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소비는 그대로지만 마일리지를 쓸 수 없으니 모이는 것은 당연. 항공권 취소로 다시 돌아온 마일리지까지 더하면 3~4번가량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소멸 마일리지도 꽤 된다. 내년으로 연장이 되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다. 만약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에 성공한다면, 마일리지는 어떻게 합쳐질까? 괜히 궁금해지는 1인. 2020년 12월 4일
2021.01.10